전세를 갱신하면서 월세가 생겼다면, 월세 액수만 확인해서는 부족합니다. 보증금을 얼마나 돌려받는지, 어떤 방식으로 계약을 갱신하는지, 앞으로 2년 동안 얼마를 더 부담하는지까지 살펴보셔야 합니다.
1. 매달 38만원이 생기면 2년 생활비가 912만원 달라집니다
2026년 10월 27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갱신 계약 가운데, 기존 전세에서 보증금과 월세를 함께 내는 형태로 바뀐 계약은 3,803건입니다. 종전 전세였던 갱신 계약 4만9,629건 가운데 7.7%로, 약 13건 중 1건에 해당합니다.
이들 계약에 새로 붙은 월세는 평균 38만원입니다. 이를 단순히 기간별로 계산하면 1년에 456만원, 2년에 912만원입니다. 월급이 그대로라면 저축이나 생활비에서 그만큼을 조정해야 하는 셈입니다.
다만 38만원은 전환 계약 전체의 평균입니다. 모든 세입자에게 같은 금액이 붙었다는 뜻도 아니고, 적정 월세를 정하는 기준도 아닙니다. 내 계약에서는 보증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서울 아파트 갱신 계약에서 월세 비중도 높아졌습니다
분석 대상인 서울 아파트 갱신 계약은 총 8만3,921건입니다. 이 가운데 월세 계약은 갱신 전 3만4,292건에서 갱신 후 3만7,561건으로 늘었습니다. 비중으로는 40.9%에서 44.8%로 3.9%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이 수치는 서울 아파트 갱신 계약을 대상으로 합니다. 전국 주택 전체나 신규 계약까지 같은 비율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신고 대상이 아닌 소액 계약과 아직 신고되지 않은 계약도 빠져 있으므로, 전체 전환 건수와 비율을 확정하는 자료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2. 보증금이 그대로인지 줄어드는지부터 구분하세요
전세에서 월세가 있는 계약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세입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서로 다릅니다. 실제 전환 계약은 다음 세 유형으로 나뉩니다.
| 전환 유형 | 계약 건수·비중 | 평균 보증금 변화 | 새로 생긴 평균 월세 |
|---|---|---|---|
| 보증금은 그대로, 월세만 추가 | 2,594건·68.2% | 변동 없음 | 28만7,000원 |
| 보증금과 월세가 함께 증가 | 511건·13.4% | 6,047만원 증가 | 39만3,000원 |
|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 추가 | 698건·18.4% | 1억3,741만원 감소 | 71만6,000원 |
가장 많은 유형은 보증금을 그대로 두고 월세만 추가한 계약입니다. 보증금과 월세가 함께 늘어난 계약까지 합치면 3,105건으로, 전체 전환 계약의 81.6%입니다. 즉, 열 건 중 여덟 건 이상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월세 부담이 새로 생겼습니다.
월세가 낮아 보여도 실제 부담은 더 클 수 있습니다
보증금이 그대로인데 월세 28만7,000원이 붙었다면, 보증금 마련에 든 비용은 유지하면서 2년 동안 월세 688만8,000원을 추가로 부담합니다.
보증금과 월세가 함께 늘어난 유형은 더 꼼꼼히 계산해야 합니다. 평균 수치를 적용하면 보증금 6,047만원을 추가로 마련하고, 월세도 2년간 943만2,000원을 내야 합니다. 추가 보증금을 대출로 마련한다면 이자도 별도로 발생합니다.
반면 보증금을 낮춘 계약은 월세가 더 높아도 돌려받은 돈으로 대출을 갚을 수 있습니다. 월세가 얼마인지와 보증금이 얼마나 바뀌는지를 한 쌍으로 비교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위 금액은 유형별 평균이므로 개별 계약 조건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3. 갱신 계약이라고 월세 요구를 모두 받아들여야 할까요?
먼저 확인할 것은 이번 계약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는 갱신인지, 당사자가 조건을 새로 협의하는 재계약인지입니다. 통계에 표시된 갱신 계약이라는 말만으로 법적 조건까지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기존 조건이 기본입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은 법에서 정한 요건에 따라 한 차례 행사할 수 있고, 갱신되는 기간은 2년입니다. 이때 기존 계약 조건을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며, 보증금과 월세의 증감에는 법에서 정한 제한이 적용됩니다. 다만 임대인이나 직계존비속의 실제 거주 등 법정 사유가 있으면 갱신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따라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는 상황이라면, 임대인이 전세를 월세로 바꾸자고 요구한다고 해서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월세 전환에는 세입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5% 인상 제한과 전월세 전환율은 구분해야 합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보증금·차임 증액에 5% 상한이 적용됩니다. 다만 5%는 임대인이 언제나 자동으로 올릴 수 있는 확정 인상률을 뜻하지 않습니다. 또한 모든 재계약에 같은 방식으로 적용되는 것도 아닙니다.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법정 전환율은 별도 기준입니다. 연 10%와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2%포인트를 더한 비율 중 낮은 비율을 적용합니다. 전환율은 계약 시점에 확인해야 합니다. 보증금이 그대로인데 월세만 붙는 경우에는 돌려받는 보증금이 없으므로, 월세를 보증금 감소액으로 나누는 계산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인상분을 어떻게 환산했는지부터 확인하세요. 임차료 증액과 월세 전환 기준
집주인에게는 이렇게 요청해 보세요. “이번 갱신에서 보증금 인상분과 월세 전환분을 각각 얼마로 계산하셨는지, 적용한 전환율과 함께 알려주세요.” 계산 근거를 받아야 제시된 조건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Photo by Aaron Lefler on Unsplash (Search: "rental agreement calculator household budget")
4. 목동 사례로 살펴보는 보증금과 월세 계산법
서울 양천구 목동에 거주하는 A씨는 계약을 갱신하면서 보증금을 2억8,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췄습니다. 대신 월세는 60만원에서 110만원으로 올랐습니다. 보증금 1억3,000만원을 돌려받고 매달 50만원을 추가로 내는 조건입니다.
추가 월세는 연간 600만원입니다. 이를 돌려받은 보증금 1억3,000만원으로 나누면 약 **연 4.62%**입니다. 이는 계약 조건을 비교하기 위한 단순 계산값이며, 해당 계약의 적법성을 판정하는 수치는 아닙니다.
돌려받은 돈으로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아래는 A씨의 실제 대출 조건이 아니라, 비교 방법을 설명하기 위한 가정입니다. 돌려받은 1억3,000만원 전액으로 대출을 상환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 대출금리 가정 | 연간 줄어드는 이자 | 연간 추가 월세 | 연간 부담 변화 |
|---|---|---|---|
| 연 4% | 520만원 | 600만원 | 80만원 증가 |
| 연 5% | 650만원 | 600만원 | 50만원 감소 |
중도상환수수료와 금리 변동 등은 제외한 계산입니다. 같은 월세 인상이라도 갚을 대출의 금리에 따라 가계 부담이 달라집니다.
돌려받은 돈을 예금에 넣는다면 세전 금리보다 세금을 뺀 실제 이자를 비교해야 합니다. 주식 투자로 월세를 충당하려는 계획은 투자 손실이 생겨도 월세는 계속 납부해야 한다는 점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이사와 재계약도 같은 기간으로 비교하세요
직장과 학교 때문에 이사하기 어렵거나, 이사비와 중개보수가 부담돼 월세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추가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세입자가 먼저 월세 전환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이때에는 두 선택지를 모두 2년 기준으로 계산해 보세요. 현재 집에 남는다면 월세·대출이자·관리비를 합산하고, 이사한다면 새집의 같은 비용에 이사비와 중개보수를 더합니다. 추가로 필요한 보증금은 나중에 돌려받을 자산이지만, 당장 마련해야 하는 목돈이므로 별도로 표시하는 편이 좋습니다.
5.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세 가지를 확인하세요
Photo by Romain Dancre on Unsplash (Search: "Korean apartment lease contract signing desk")
첫째, 기존 계약서와 갱신 관련 기록을 확인하세요
기존 계약서와 이전 갱신 당시 주고받은 문자·메신저를 살펴보세요. 계약갱신요구권을 이미 사용했는지,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갱신하는지를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단순히 같은 집에서 오래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권리 사용 여부를 판단하지 마세요.
둘째, 보증금·월세·2년 총비용을 한 장에 적으세요
다음 항목을 계약 전후로 나란히 적어보시면 비교하기 쉽습니다.
- 보증금은 얼마이며, 추가 납부액 또는 반환액은 얼마인가요?
- 월세는 언제부터 얼마를 납부하나요?
- 대출이자는 매달 얼마나 늘거나 줄어드나요?
- 관리비와 별도 청구 항목은 달라지나요?
- 2년간 월세와 이자 등으로 지출하는 총액은 얼마인가요?
보증금을 돌려받는 조건이라면 반환일과 월세 적용 시작일도 맞춰 확인하세요. 보증금 반환이 지연될 경우 어떻게 처리할지도 계약 전에 협의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구두 합의를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남기세요
계약서에는 보증금, 월세, 계약기간, 납부일, 보증금 반환일을 명확하게 적으세요. 계산 근거가 이해되지 않거나 갱신 방식에 이견이 있다면, 기존 계약서와 제안받은 조건을 준비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등에서 상담받은 뒤 협의하는 편이 좋습니다.
전세 매물 감소와 보증금 부담, 월세 수입을 원하는 임대인의 선호가 맞물리면 월세 전환 요구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이런 계약이 늘었다는 사실과 내 계약의 조건이 타당한지는 별개로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 전 기억할 세 문장입니다.
전세에 월세가 붙었다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계약인지부터 확인하세요.
계약갱신요구권 사용 여부와 임대료 계산 근거를 확인하세요.
월세와 대출이자를 합친 2년 총비용을 계산한 뒤 계약서에 서명하세요.
오늘은 기존 계약서를 꺼내 보증금과 월세의 변경 조건부터 나란히 적어보세요. 그 한 장이 집주인과 협의할 때 가장 구체적인 기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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